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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시 불붙은 미·중 공급망 패권 전쟁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까지 고조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쟁과 통상 환경 급변, 팬데믹과 자연재난 등을 겪으면서 위기 상황에서 안정성을 담보하는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패러다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1월 중에 자동차·항공우주·방산 분야 100곳 이상의 미국 기업을 상대로 범용 반도체 수급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얼마 전에 발표했다. 첨단 반도체에 이어 미국의 범용 반도체 공급망 단속도 핵심 표적은 중국이다.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발 안보 위험 차단을 노린다.   중국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을 새로 발표하면서 희토류의 채굴·선광·정련 기술을 수출 금지 목록에 추가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전기차·풍력터빈 등 최첨단 제품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희소금속이다.   중국이 지구촌 희토류 생산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희토류 채굴의 68%, 제련의 94%가 중국에서 이뤄진다. 이번 규제 목록에 포함한 제련까지 합하면 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른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 기술 수출 통제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대만·일본·네덜란드 등 반도체 국가들과 연대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설비 수출을 막았는데도 중국이 받은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을 받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구형 장비와 기술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범용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2차 반도체 공급망 전쟁’ 와중에 대중국 제재 동참을 한국에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이지만,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하지 못하면 한국이 생산하는 가전제품·스마트폰·자동차 등의 가격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   지난해 8월 미국 정부가 북미 지역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전액 보조금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당했다. 만약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동조하는 한국에 중국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해상풍력 산업 분야의 소재·부품 공급을 제한하면 한국은 또 타격을 볼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한 풍력 설비 경쟁입찰에서 5곳이 선정됐는데 이들 중 2곳에 중국산 터빈 도입이 검토된다고 한다. 풍력 발전에서 날개(블레이드)와 터빈이 핵심인데 중국산 제품이 유럽산보다 30~40% 가격 경쟁력이 있다. 터빈의 발전기 구동을 위해 반드시 들어가는 재료가 희토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 한국의 해상풍력 산업에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소부장 및 공급망 안전화 특별법’ 시행과 함께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 희귀 가스(네온·크세논·크립톤 등)·흑연·희토류·요소 등 185개 공급망 안정 품목을 선정해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한국의 주요 수입 품목별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분석해 보면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중국산에 의존해왔다. 이렇다 보니 요소수 수급 차질 사태처럼 중국의 갑작스러운 변심에 따라 공급망 생태계가 휘청거렸다.   정부는 주요 품목의 가격 경쟁력, 기술력, 희소가치 등 다양한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급선무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체 공급선이 중국보다 지나치게 비싸면 공급망 다변화가 무의미하다.   중국이 주요 광물자원의 공급망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 채널 가동도 필요하다. 미국을 제외한 일본·호주 등이 중국에 호감이 있어서 중국과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전략을 총동원해 실리 외교에 나선다. 우리도 새해에 해외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국익의 파이를 최대한 키워야 할 것이다. 강천구 /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시론 공급망 패권 반도체 공급망 글로벌 공급망 첨단 반도체

2024-01-17

[한국은행 칼럼] 세계화의 흐름과 개인의 역할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전 세계로 이어지던 공급망을 단절하고 자국 중심의 산업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산업에서 제조공정이 단순해지고, 더 적은 노동력만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과거와 같은 글로벌 공급망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전기자동차는 엔진, 변속기가 필요 없고 연료공급장치와 배기가스 제어장치도 필요가 없다. 노동자가 기어와 피스톤 링을 생산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저임금 때문에 제조설비를 저임금 국가에 설치할 이유가 없어졌다. 많은 자동차 기업들의 디트로이트 시대 이후 외면했던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세계화는 이제 완전히 끝난 것일까? 컨테이너선으로 대표되는 해상무역은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세계화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과거 물건 중심의 세계화를 정보, 지식, 자본의 세계화로 바꿔 놓았다. 원격근무, 전자 상거래, 소셜미디어는 국경을 넘는 상호작용과 협업을 가능케 한다.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은 Google로 검색을 하고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며 ChatGPT를 이용한다. 서울의 롯데건설이 시공한 롯데타워는 한국의 도자기와 붓의 곡선에서 영감을 얻어 미국의 KFP사가 설계를 하고, 영국의 ARUP사와 미국의 LERA사가 각각 토목설계와 구조설계를 맡아 완성되었다.   세계화 폭은 기존의 선진국 중심에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까지 확대되면서 지리적으로도 넓어졌다. 과거보다 더욱 다양한 국가의 이익이 교차되면서 세계화의 과정이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지속 가능한 개발, 글로벌 보건 위기 등 논의의 폭도 확대되어 지구는 L. 프리드먼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평평해지고 있다. 선형의 Value Chain은 서로 엮인 Value Cube 형태로 바뀌고 있다.     대량생산 시대의 개인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였다. 교육의 목적은 의문 없이 주어진 일을 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끝내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었으며, 학교에서 의무교육과 고등교육을 성실하게 마친 모범생은 사회에서 모범직장인이 되었다. 새로운 세계화는 개인에게 달라진 역할을 요구한다. 개인은 독특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존재여야 한다. 세스고딘은 ‘보랏빛 소가 온다’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50년 후 오늘은 무슨 요일인가?”를 계산하는 것은 위키피디아와 ChatGPT에게 맡겨 두고,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지?”와 같은 비정형 사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미국에 본사를 둔 씨티은행이 필리핀에 콜센터를 열고, 세계적인 의류브랜드들이 엘살바도르에 청바지 생산을 위탁하는 형태의 세계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지식, 감정을 공유하며 문화를 전파하고 포용하는 세계화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세계화는 ‘트롤리 딜레마’ 문제를 전 지구적으로확장시킬 것이며 개인은 더욱 복잡해진 도덕적 가치와 원칙 사이의 갈등을 풀어가야 할 숙제를 안게 될 것이다. 2024년 버전 세계화는 창의적이며 차별적이어야 하며,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개인의 출현을 요구하고 있다. 김태현 / 뉴욕사무소 과장한국은행 칼럼 세계화 개인 버전 세계화 저임금 국가 글로벌 공급망

2024-01-02

[한국은행 칼럼]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

숲속을 헤매던 골디락스가 오두막을 발견한다. 골디락스는 죽 세 그릇을 발견하는 데, 첫 번째 아빠 곰의 죽과 두 번째 엄마 곰의 죽은 너무 뜨겁거나 차가웠지만 세 번째 아기 곰의 죽은 딱 적당해 맛있게 먹는다. 배가 불러진 골디락스는 너무 딱딱한 아빠 곰의 침대나 너무 푹신한 엄마 곰의 침대 대신 적당히 안락한 아기 곰의 침대를 택해 깊은 잠에 빠진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경제도 과도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을 때 좋다. 금리와 환율이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자산 가격은 적정한 속도로 서서히 올라주는게 좋다. 이러한 상태를 골디락스 경제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물가가 너무 높다. 주유소에서 가득 주유하기가 부담스럽고 마트에서는 카트에 물건 담기가 망설여진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두 달째 전년동월대비 8%넘게 상승했다. 이에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나섰다. 3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인상했고 6월부터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줄여 유동성을 흡수할 것을 예고했다.   그런데 연방준비제도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팬데믹에서 막 벗어난 미국경제가 의도치 않게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첫째 조달비용 증가가 기업 이익을 낮추어 주가가 하락하고, 높은 모기지 금리로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 둘째 금리인상으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설비투자 축소는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을 줄여 오히려 물가를 더 올릴 수 있다.   또한,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은 주로 수요 조절을 통해 경기의 진폭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최근의 문제점은 상당부분 공급 부족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통화정책으로 미국-중국 갈등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붕괴된 글로벌 공급망을 해결하거나, 노동시장의 불균형으로 인한 임금상승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연방준비제도의 움직임에도 물가가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면 경제는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당분간 골디락스 경제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보인다. 어쩌면 곰 세마리 이야기 말미에 골디락스가 오두막으로 돌아온 곰 세마리를 보고 기겁을 하고 도망간 것처럼 우리도 경기침체와 맞닥뜨려야 될지도 모르겠다. 현재로서는 연방준비제도가 민첩하게 움직여 경기침체에 이르지는 않도록 응원함과 동시에 스스로 위험 대비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저축을 늘려 위험과 싸울 힘을 길러야 한다. 또한 위험자산은 줄이고 분산투자를 통해 보유자산의 위험을 낮춰야 할 것이다.   경기침체가 임박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을 수 있다. 김태현 / 뉴욕사무소 과장한국은행 칼럼 골디락스 골디락스 경제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 글로벌 공급망

2022-05-31

공급망 붕괴 내년에도 주택시장 악영향 전망

 원자재 부족·가격 상승·물류난 겹쳐져 오른 목재값에 집값 3만6000불 올라   가전 배송 적체 2배 급증 30억불 달해 페인트도 15% 비싸져 집 꾸미기 부담   팬데믹 이후 심각해지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주택 분야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택 관련 용품점이나 가구 가게를 가보면 빈 진열대가 많은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오븐과 식기세척기 등 주요 가전제품부터 목재는 물론, 파이프의 작은 부품 등의 재고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인력도 부족해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며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것인가. ‘리얼터닷컴’의 부문별 자료를 통해 분석해봤다.   ▶망가진 공급망 집값 부채질   전국주택건축가협회(NAHB)의 로버트 디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볼트와 너트 등 집을 짓는 모든 재료의 생산자부터 이용자까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급증한 수요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런 공급망 붕괴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센서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주택 중간값은 40만7700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17.5% 비싸졌다.   건축 관련 자재의 유통과 관련해서는 팬데믹이 소비와 생산 모두에서 변화를 일으켰다고 분석한다. 생산 규모는 줄었고 일찌감치 생산인력 감축이 진행됐다. 경제 락다운으로 더 많은 소비자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른 소비는 줄였지만 집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더 큰 집에 돈을 쓰는 것은 아끼지 않았다.   ▶내년까지 ‘답답한’ 전망 우세   빌딩 컨설팅 업체 ‘존다(Zonda)’의 알리 울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전부터 예술품까지 수요가 늘었다”며 “그러나 생산자 입장에서는 팬데믹으로 제약이 커지면서 이런 수요에 맞추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생산시설들은 속도를 올렸지만, 소비자에게 전달되기는 쉽지 않았다. 부족한 컨테이너선과 항구의 적체 등이 문제가 되면서 가격이 올라갔다. 당연히 소비자가 찾는 진열대가 비었고 건축업자의 공구함도 제대로 채워지지 않게 됐다.   많은 경제학자는 이런 상황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분야별로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울프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는 더 지체되고, 더 비싸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고, 디츠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소비자는 인내심을 가져야 하고 보다 전략적으로 소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재값 70% 이상 올라   목재값은 팬데믹 초기부터 상승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을 닫은 이유로 대부분의 목재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팬데믹 이전 이미 발효되면서 수입가가 오른 상태에서 주택 신축과 기존 주택 리노베이션 등 미국 내 수요가 늘면서 가격은 폭등했다. 실제 나스닥에서 ‘소프트 우드’ 선물은 2019년 1분기부터 2020년 1분기까지 362~401달러 선이던 것이 올 2분기 1212달러까지 치솟은 뒤 지금도 76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NAHB에 따르면 목재값 상승으로 새로 지은 집값도 올려 그 인상분이 3만6000달러에 달했다. 올여름을 고점으로 가격은 내려갔지만, 여전히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70% 이상 비싼 상황이다.   디츠 이코노미스트는 “목재값 하락은 정상 국면으로 회귀를 뜻하지만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지는 않았다”며 “게다가 다른 주택 건축과 관련된 가격이 올라 의미가 퇴색했다”고 말했다.   ▶가전 배송 적체 30억불   주택 건축가는 물론, 본인의 집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홈오너들에게 또 다른 도전은 가전제품 부족과 배송 지연 현상이다.   스토브나 세탁기를 새로 주문해서 받으려면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으로 이들을 설치한 뒤 집을 팔려고 하는 홈 빌더들에게는 중대한 사업상 차질을 의미한다.     센서스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팬데믹 이후 소비자가 주문한 뒤 배송이 적체된 가전 물량은 올 3분기 현재 30억 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1분기 16억 달러였던 것이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메이드 인 USA’로 미국에서 생산되는 가전이라도 부품과 컴퓨터 칩은 수입되는 상황으로 최종 생산이 더뎌지고 당연히 배송도 연기되는 것이다. 디츠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신축이나 리모델링이나 상관없이 공급망이 타격을 입으면서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페인트 가격 15% 올라   간단하게 거실이나 침실의 벽을 새로 칠하려고 해도 비용이 더 들게 됐다. 최근 페인트 가격이 올랐기 때문으로 2019년 이후 15%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올해 텍사스 지역의 기상악화가 페인트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텍사스에 집중한 페인트 원료용 화학물질 제조 공장들이 강추위와 수차례의 허리케인으로 타격을 입거나 생산이 더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컨트랙터들이 새로운 계약을 따내고 페인트 제공업자가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 여기에 재택근무를 하게 된 홈오너들이 직접 집을 칠하면서 페인트 수요를 늘린 점도 공급 상황에 부담이 됐다.   울프 이코노미스트는 “홈 빌더들이새집 짓기에 전념하는 동안 기존 주택의 오너들은 자기 집 단장에 집중했다”며 “이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것으로 공급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구 가격 5% 이상 비싸져   목재값 상승의 타격을 입은 분야는 가구다. 목재 부족은 커피 테이블, 책장, 소파의 나무 프레임 등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안겨줬다. 여기에 텍사스 지역의 화학 공장들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소파의 속을 채울 폼 등 충전제도 부족 현상을 겪었다.   특히 국제 해운이 연기되면서 어려움은 가중됐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많은 가구는 아시아에서 주로 생산돼 수입되는데 항만 적체까지 겹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문 후 배송까지 몇 주일이 걸렸던 것이 이제는 수개월로 늘어났다.   원자재 부족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이중 악재에 주택 리모델링 증가에 따른 수요 폭증까지 겹쳐 가구값은 2019년 이후 5% 이상 오르며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건축 관련 노동력 부족도 심각   원자재 공급과 가격이 안정화되고 물류 시스템이 이전 수준을 회복해도 주택시장의 근심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집을 짓거나 리노베이션을 해줄 충분하고 숙련된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주리대의 래리위거 교수는 관련 업종에 대한 구직자들의 흥미 반감이 이유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위거 교수는 “최근 수십 년간 대학 진학률 상승 등만 봐도 블루칼라 직업에 대한 편견의 역사가 깊다”며 “이런 까닭에 젊은이들이 건축 관련 업종으로 새로 유입되지 못했고 기성세대가 은퇴하면서 구조적으로 숙련공이 부족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NAHB에 따르면 건설 근로자의 4분의 1가량은 외국인 노동자가 책임졌지만 지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반이민 정책과 코로나19 규제 여파로 이 부분에서도 차질이 빚어졌다고 분석한다.   일련의 이유로 인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적으로 부족한 주택은 500만채를 넘어섰다. 또 향후 5년간 이를 보충하려면 홈 빌더들은 지금보다 3배 더 빠른 속도로 집을 지어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이다.   류정일 기자주택시장 공급망 공급망 붕괴 글로벌 공급망 공급망 집값

2021-12-01

"팔 물량이 없다"…비어가는 마켓 선반

팬데믹에 따른 도미노 효과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악화되면서 마켓 선반이 다시 텅텅 비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셧다운을 두려워하는 소비자들이 화장지, 세제 및 생수 등 유례없는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면서 코스트코, 타겟, 월마트 등 소매업체에서 품절 사태가 발생했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마켓 선반이 다시 텅텅 비기 시작했다.     홀푸드, 스마트 앤 파이널, CVS, 라이트 에이드 등 주류 마켓 및 약국 체인에서 닭고기, 기저귀, 냉동 저녁 식사 간편식(HMR), 커피, 향신료, 화장지, 물, 탄산음료 등 식품부터 생필품까지 전반적인 제품 품절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마켓 관계자는 "50개 박스를 주문하면 절반도 안 되는 20박스만 받는다"며 "알루미늄 부족 사태로 일부 통조림까지 입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마켓에서는 주로 냉동식품, 스낵 선반이 눈에 띄게 비었고 음료 및 주류 제품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두 달 전만 해도 한국에서 수입된 가정간편식(HMR)이 냉동고를 꽉꽉 채웠지만 몇 주째 입고되지 않아 지금은 현지 생산 냉동제품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특히 한미에서 수입하는 왕, 수라상 식품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해태, CJ 식품은 아직은 재고가 확보된 상태다.     시온마켓 제이방 지점장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운송되는 컨테이너당 2만달러가 훌쩍 넘고 하역, 창고, 주차비 등 추가 비용이 더해져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단가가 낮고 무게가 많이 나가면서 부피가 큰 물, 음료, 주류, 과자 등은 수입업체에 비용 부담을 주면서 향후 수입 기피 품목으로 전락했다.     현지 생산 식품도 공급망 상황은 별다르지 않다. 원자재 비용, 인건비, 개스비가 모두 상승하면서 바로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갤러리아 마켓측은 “한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이 통관까지 3~4주 이상이 걸리고 있다”며 “아직은 괜찮지만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공급망 문제는 LA 와 롱비치 항구의 기록적인 혼잡, 중국 전역 광범위한 정전, 트럭운전사 및 서비스 작업자 부족 등에 배송료 폭등과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한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기때문이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컨테이너선의 40%를 차지하는 LA 항구와 롱비치 항구에는 18일 기준 100척의 선박이 입출항을 대기 중으로 지난달 97척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인랜드 엠파이어의 경제학자 존 후싱은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항구의 적체 원인 중 하나가 팬데믹 기간 동안 소비자 지출 패턴의 변화다”고 해석했다.   후싱은 “코로나 19가 닥치자 모든 것을 폐쇄했다”며 “연방 정부는 가정을 살리기 위해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지만, 미용실, 체육관, 식당 등 서비스를 구입할 수 없자 대신 물건을 샀다”고 분석했다.     특히 팬데믹동안 트럭운전사들이 은퇴 및 이직하면서 이로 인해 육상 운송 역시 원활하지 못해 물건 공급 부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럭 운전사들은 대부분 50대와 60대 초반으로 트럭 운전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 층이 많지 않은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국 DMV에 상업용 운전면허증 취득 과정 간소화로 트럭운전사 부족 및 고용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은영 기자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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